개 망신! 하늘은 날 버렸다...

이홍섭님의 "개 망신...... 하늘은 날 버렸다.......ㅜ.ㅜ"

겨울이었다..
시골(속리산)에 계신 할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한규야! 요번 주말에 여기 와서 집좀 지켜라"
"네?"
"대전으로 계하러 가야하는데 소하구 개들 밥을 줄 사람이 없어."
"네...알았어여."
솔직히 가기 싫었지만 할머니의 부탁이라 어쩔 수 없었다.

토요일..할아버지,할머닌 대전으로 가시고 나 혼자 시골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참 혼자가 아니지..
사랑스런 누렁이(소),누렁이 아들,도꾸(개),마이클(도꾸 아들),병신(도꾸 딸),..그리
고 이름도 없는 닭과 토끼들 하구 집을 지키고 있었다. -.-;;

시골에서의 삶이란 왜이리 따분한건지..
할일이 없었다..
유선방송도 연결 안돼서 12시면 TV도 안나오구..
스타크레프트가 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그렇게 빈둥대고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깜짝 놀랐다..

'이 평화로운 동네에 왠 총소리.?'
'북한에서 쳐들어온건가..아님..무장공비?'
무서웠다..
그런데 같이 집을 지키던 놈들은 나보다 더 난리다.
누렁인 침을 질질 흘리며 연신 "음메~ 음메"
누렁이 아들은 외양간을 뿔로 부시려고 한다.
닭들은 날아다닌다..처음 봤다..닭이 나는거..역시 조류다..
토끼들은 똥을 싼다..쩝..
하지만 나의 맏음직한 도꾸는 담너머를 향해 으르렁 거리며 짖는다..
마이클과 병신도 지네 엄마 따라서 짖는다..
대견스럽다. -.-;;;

여기서 잠깐..도꾸가 이름이 촌스러워서 혹시 똥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도꾸는 족보까지 있는 진도개다..백구..
알지? 백구.. 옛날 모 컴퓨터 가게 CF에서 강강수월래를 외치던..
그CF 보고 도꾸한테도 말을 가르쳐주려다...물렸다...쩝.. -.-;;

암튼 난 무서운 마음에 도꾸를 데리고 대문 밖을 나섰다.
무슨일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런데 이게 왠일..공비도 아니구 새파랗게 젊은 사냥꾼이다...
이번 겨울엔 우리 할머니네 동네가 수렵 허가 지역이라더니...그래서 그랬구나.쩝.
그래도 그렇지 사냥을 할려면 깊은 산속에 가서 할일이지..
민가 바로 옆에서 총을 쏴대?..누굴 죽일려구..
열이 받았다.
그 녀석한테 외쳤다.

"야이 x새꺄..너 일루 와봐.."
옆에 있던 도꾸가 날 쳐다본다.-_-;
자기를 부른 줄 알았나보다..쩝.. ㅜ.ㅜ

다시 외쳤다..
"야이 x발놈아! 너 일루 와바 "
그제서야 그 녀석이 날 쳐다본다..
"여기가 어디라고 총질을 해대!!! 너..오늘 뒈졌어.."
그런데 그녀석..날보더니 웃는다..
'이런..이게 아닌데..내가 이렇게 하면 저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나한테 죄송하다고
빌어야 되는건데..이상하다..'

근데.. 도꾸도 날보고 웃는다.
어?..순간 내 옷차림을 봤다.
이게 왠일..윽..바지는 할머니가 즐겨 입으시는 몸빼바지..신발은 검은 고무신..거기
다 상의는 할아버지의 누런 내복이다.. ㅠ.ㅠ

헉..이럴수가..그렇다..난 이런 시골엔 볼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해서 아무거나
주워입었던 것이다...ㅜㅜ;
그녀석은 빨간 사냥 조끼에..등산화..멋진 수렵모자까지..
쪽팔렸다..

도꾸도 내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쉬이이~" -.-;;
서부영화에서처럼 먼지가 날린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대결 자세..
그녀석은 내 머리위로 총을 쏜다..
헉....죽을뻔했다.... ㅜ.ㅜ

하지만 난 움직일수가 없었다..난 총이 없는걸...흑흑..
근데 옆에 큼지막한 짱돌(시골에서 흔히 볼수있는 울퉁불퉁한 돌)이 보였다.
'그래..저거다..'
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며 돌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석을 향해 젖먹던 힘을 다해 던졌다..
욕과함께.... "이런 씨xx놈아!!!"
그런데... 하늘이 날 버렸나?
그저녁을 향해 정확이 45도 각도를 그리며 날아가던 나의 짱돌...
그녀석발앞에 힘없이 떨어진다...

씨x...운도 지지리 없다...
그러자 그녀석 같이 온 마누란지 여자친군지 한테 뭐라고 속삭인다..
분명 날 비웃는 말일거다..
하긴 그녀석 눈엔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
왠 촌놈이 이상한 차림으로 개 한마리 데리고 나와서..돌이나 던지니..쩝..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내가 촌놈도 아닐뿐더러 민가 옆에서 총질을 해댄 그녀석에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걸 가르쳐주기 위해서도 처절한 응징을 해야만 했다...
근데.. 그때까지 가만있던 도꾸...
갑자기 그녀석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역시.... 주인이 망신당하는걸 참을 수 없었나보다..

헉...침까지 흘린다...
이런... 도꾸가 침을 흘릴 땐 누군가를 죽이고자 다짐했다는건데...
예전에도 옆집 할머니가 아끼는 똘똘이란 똥개도 우리할머니네 집에 놀러왔다가..
침을 흘리던 도꾸한테 물려 죽었다.
하하하...저놈은 이제 죽었다...

이렇게까진 하기 싫었는데..도꾸가 화난 이상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난 정말 이사회의 정의를 위해 도꾸를 잡고 있던 목사슬을 놓았다..
도구는 그녀석을 향해..치타보다 빠르게 달려갔다..
눈을 감았다..
차마 그녀석이 빨간 피를 사방에 뿌리며 도꾸한데 물려죽는걸 볼 수가 없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근데 아무런 소리가 없다..
'어..이상하다..지금쯤이면 저녀석이 죽어가며 살려달라고 소리쳐야돼는데...'
눈을 살며시 떴다....

아---------악!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도꾸가.. 나의 사랑하는 도꾸가...........
그녀석의 사냥개와 궁뎅일 맞대고 있는게 아닌가!!!!
그랬다...
도꾸가 처음부터 노렸던건...... 그거(?)였다
이럴수가...움직일수가 없었다.. -.-;;;
완전 개..망신이었다... ㅜ.ㅜ

잠시후.. 그녀석은 자기 사냥개와 볼일이 끝난 도꾸에게 먹이를 준다.
우리의 잘난 도꾸.. 그녀석에게 꼬리까지 흔든다..
씨팔...

시간이 더 지나서 도꾸는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난 아무런 말없이..도꾸를 데리고 할머니 집에 들어갔다..

그날..
우리 할머니 동네는 동물죽어가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녀석 총에 맞아 죽어가는 새들 소리와...
내 짱돌에 맞아 죽어가는 도꾸 소리........ ㅜ.ㅜ


-끝-